현실이 드라마보다 더하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 정순신 사태에 기가 막힌 사건 하나더 추가됐습니다. 스카이캐슬 볼 때만 해도 흥미롭네~ 했었다가, 정순신 아들건으로 실사판으로 보고나니 우리의 아이들, 조카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의 모습이 이런 게 아닌가 생각되어 괜시리 씁쓸해집니다.
최근 추가로 불거진 사태는 한마디로 정순신 아들이 다니던 학교에서 정순신 아들 학생부에 '강제전학' 받은 내용을 기재 안했다는 겁니다. 많은 분께서 짐작하시듯이 서울대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학들은 정시모집 필수서류 중 하나로 학생부를 요구합니다. 성적 이외에도 어떤 학창생활을 했는지 어떤 인성과 특징을 가진 아이인지 거울처럼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거기에 정순신 아들 고등학교 인생 통틀어 가장 센 이벤트를 안 적었다? 이건 가볍게 넘어갈 사안은 아닌것이죠. 아니나 다를까 서울대에는 '내로남불, 강약약강, 정순신 아들은 부끄러운 동문 목록에 함께할 자격이 충분하다'는 취지의 대자보까지 붙었다고 합니다.
교육부 지침에 따르면 학교폭력위원회 등의 처분 결과는 '즉시 기재'하는 것이 학생부 기재 원칙이라고 합니다. 학폭위 심의결과가 '확정되는 즉시' 학생부에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해 학생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피해 학생을 보다 신속히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기 때문이죠. 정씨 아들의 케이스처럼 처분 결과에 불보하여 행정심판, 소송 등을 진행해도 원래 기재했던 처분기록은 그대로 둬야 한다고 합니다. 소송 결과에 따른 변화가 생길 때 수정을 하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합니다. 소송 중에 가해학생 측이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다 할지라도 실제 이행이 유예된다는 의미일 뿐 기재 사항을 건드려서는 안되는 것이고요.
해당 학교에서 이 부분을 명백히 어긴 것이죠. 취재 결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히 (학폭휘)로부터 정씨 아들의 강제전학 처분이 확정된 2018년 3월부터 일반고등학교로 전학간 2019년 2월까지 1년간 강제전학 징계 내용이 학생부에 적혀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학교측이 기재한 적이 아예 없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죠? 그런 일이 선택적으로 할 일인가요? 이런 상황에서 추가로 드는 의문점은 학폭위의 처분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팔결이 2019년 4월에 나온 이후 정씨 아들이 전학 간 학교 학생부에 강제전학 처분 기록이 포함되어 있는지의 여부입니다. 이것마저 누락되어 있다면 정말 교육 시스템이란게 썩을대로 썩은거죠.
정씨 아들이 다녔던 해당 자사고에서는 모르고 한 실수라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했다고 합니다. 정씨 아들 측이 재심 등 불복 절차를 진행했기 때문에 재판 결과 나올 때까지 기재하면 안되는 줄 알았다고 했다는 겁니다. 즉시기재 원칙을 몰랐을까요? 아님 정순신 아들이라 뭐 하나 실행하는 게 조심스러웠을 까요? 이런 식의 답변이 참 웃기는 게, 학생부 기재 매뉴얼이란 것은 매년 초 교육부, 시도 교욱청, 교육지원청 등을 거쳐서 모든 학교에 전달된다고 합니다. 학교 운영하면서 가장 기본이 되는 내용도 스스로 못 챙기는 인간들이 무슨 교육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몰랐다 라고 대답했던 해당 자사고 관계자는 정씨나 정씨 변호사의 요청을 받고 기재를 유예한 것이 아니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기억이 잘 안난다' 라고 답변했다고 합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대답 아닙니까? 불리한 상황에서는 기억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마법의 단어죠. 그러면서 봐주기는 아니었다라고 강조했다고 하는데, 사실이 어찌됐든 행정적인 처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서울대 모집요강에 보면 '학내외 징계 여부 및 그 사유 등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 서류를 요청할 수 있고, 감점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있다고 합니다. 서울대 측에 정씨 아들 측으로부터 제대로 기재된 원서를 받았는지 문의했지만 개인 정보라 답해줄 수 없다며 명확한 답을 피했다고 합니다. 어찌됐건 서울대 정시모집에서 학생부가 필수서류인 만큼 응시 시점까지 기록이 누락됐다면 이로 인한 파장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